구도(求道)의 여정(旅程)

4장 4절

 

 



도와 덕을 버렸기에

오직 죽음으로밖에는 씻을 수 없는

그 어떤 죽음으로도 다할 수 없는

천손의 과오를 알지 못한 채

천지근본 이 땅을

이념과 사상의 부재 속으로 밀어 보내고

인류에게 슬픔과 고통을 팔아버린

 

머리를 들 수 없는 만고 죄인의 부끄러움으로

또 다시 죽어갔다

그리고 깨어나

끝없는 대자연의 옹호 속에

이 세상 그 어떤 목숨도

받아 보지 못한 천지(天地) 대자연의 사랑으로

나는 자라났음을 알았다

 

 

천지(天地) 대자연에 무릎 꿇어

천지의 자식으로

천손의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거룩하고 장엄한 의식을 치루었다

 

 

그리고

천지(天地) 대자연의 근본을 잃어버린

만고의 죄인으로

천지(天地) 대자연과

인류와 민족에게

온 우주의 삼라만상 앞에

참회와 반성의 눈물로 만반진수를 대신하여

용서를 빌면서 또 다시 죽어갔다

 

 

자유에 취한 내 영혼이

비로소 일체의 감정을 놓아주었다

 

 

둥 둥 둥

북소리에 비로소 깨어나 홍류청담 흐르는

천지(天地)의 눈물로

울음도

웃음도

만년 세월 욕된 때 씻어내고

내 슬픔의 이름도 잊어버린 채

오직 천지(天地)의 자식으로 다시 태어났다

 

 

천지(天地) 모르고 살아 온

이 몸 살아서 살아서

이 땅의 이슬 되고 바람 되어

참다운 곳 이 땅에

의로운 곳 이 땅에

만년 세월 사무친 뼈를 박으리라

천손의 비겁한 부끄러움 다 쏟아 놓으리라

 

 

인류에 대한 부끄러움도

이 땅의 자식들과

아내에 대한 부끄러움도

모두 다 쏟아 불태워버리고

만년 세월 쌓아놓고 묻어 버린

민족의 한을, 인류의 고통을 줍기 시작했다

 

 

천지(天地)의 죄인 되어~

늙은 무당이 두드리는

한 서린 징소리에서

무불통달한듯한 스님이 주고 떠난

오만의 화두에서

창궐하는 거짓들을 갖고 온

군상들이 버리고 간 속세의 아픔에서

천지(天地) 근본이 버려진 세월 속에 쓰레기를 주웠다

 

 

소금 치고

화전 치고

늙은 무당 한 바탕 신명 풀어

 

 

극락왕생 빌어놓고

뒷전 내어 던져놓고

총총히 떠난 뒤

버려져 통곡하는 영혼들과 함께 울었다

 

 

내가 너희들과 함께 하리라

달래고 함께 하며

버려진 백성들의 피땀으로

사무친 뼈에 살을 붙여갔다

 

 

천손의 이름으로 살아간 조상들

자식에게 피와 살 이어내려

후손의 오늘 있도록 하였건만

왜 저토록 구박이며 오도 가도 못하고

귀신 되어 방황 속에 떠돌아야 하는가

 

 

‘살려 주십시오

살려 주십시오

지난밤 선몽 받고 이렇게 찾아 왔습니다‘

가난만이 오직 자신이 가진 전부인 것처럼

초췌한 모습으로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을 훔치며

노모를 등에 없고 애원하는 사내에게

 

 

‘아무 것도 모릅니다

잘못 찾아 오셨습니다‘

 

 

힐끗 노파를 본 순간

온 전신에 혈맥이 나타나고

막힌 혈도가 나타나며 이곳을 만지면

나을 수 있다고 깜박이며 유혹하고 있었다

 

 

가슴 저 밑바닥에서

치오르는 동정심과 불쌍함으로

정신이 아득해져왔다

 

 

죽어가는 사람을 살려놓았노라고

침 튀기며 은연중 자기도술 자랑에

열을 올리던 박수의 얼굴이

반신불수 환자를 침으로 완치시켰노라고

굿을 하여 암으로 죽어가던 사람을 일으켜 세웠노라고

 

 

갑론을박을 논하던

스님·보살들의 득의 찬 미소가 다가와

목에까지 올라온 동정심을 잡아끌면서

죽어가는 사람을 살려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고

등을 밀어 재촉하고 있었다

 

 

노파의 고통에 찬 신음소리가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망설이는 내 양심을 후벼 파고 있었다

 

 

귀를 막고 애써 외면한 채

몇 번을 간청하며 매달리는

그들을 보내놓고

내 자신의 무능함과

불공평한 세상을 원망하며

바위에 온 몸을 때리고 가슴을 치며 울었다

 

 

왜 저들은 저렇듯 아파야 하며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가

인간은 모두가 평등하거늘

내 삶은 소중하고 저들의 삶은

소중하지 않단 말인가

 

 

전지전능하신 신께서 아프게 한 것이라면

낫게 해줄 수도 있으련만

왜 무엇 때문에 그들을

나에게 보내준 것인가

 

 

천지도술을 가진 자

왜 이리 구차하게

산천 찾아들어 구걸하며 살아가야 하는가

 

 

왜 당당하게 떳떳하게 살아가지 못하고

빌고 사정하고 매달리며

이 땅의 자식들

배반과 위선의

허울 뒤집어쓰고

비나리 백성 되어 살아가야 하는가

이것이 이 민족과 내가 가야 할 길이란 말인가

이것이 천손의 삶이란 말인가

 

 

만년 세월

그 푸른 아픔으로 걸어 온 그 길이

이 짓을 하기 위하여 온 길이라면

핏발 선 목 뎅겅 잘려진다 해도

 

 

이제부터

결코 신이란 위엄으로

보이지도 않는 힘으로

만물의 영장인 인간을 조롱하며

인류의 역사와

민족의 운명과

인간의 생사여탈을 쥐고 흔들어 온 존재라면

나는 거부하련다

 

 

천손의 이름으로 흘러온 민족이라면

민족의 사상과 이념 없이

어찌 오늘이 있을 수 있겠는가

 

 

빌고 사정하고 매달리는 사상이

천손인 우리를 여기까지 이끌어온 실체라면

어찌 이 백성 희망을 꿈꾸며

이 땅에서 살아갈 수 있겠는가

 

 

아니다

천자천손의 이름으로

우리를 여기까지 이끌어온 그 힘이라면

그 진실은

이 땅 어딘가에 살아 숨 쉬고 있으리라

그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그것을 찾으리라 찾으리라

 

 

■ 구도(求道)의 여정(旅程) 4장 5절에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