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도(求道)의 여정(旅程)

4장 3절

 


 

죽기 위해 도망쳐 온 신세

나라 신세

겨레 신세 무엇이 다르랴

 

 

내 신세

망해가는 나라 신세

무골충이 겨레 신세

왜 천손의 민족 신세가 이 모양 이 꼴이던가

 

 

찾아 보리라

찾아 보리라

 

 

가다가 가다가 더 갈 데 없으면

그 때 죽음으로 돌아가자

 

 

공룡능선 타고 눈보라 내려온다

엄청난 노여움으로

때론 숨죽인 고요로 계곡을 울리고

고통으로 뒤트는 나무를 때리며

견딜 수 없는 두려움으로

등짝 후려쳐 쫓아내건만

모든 생각 끊어지고

입 없어지고 눈, 귀마저 없어

보지 못하고 듣지도 못하고 석장승으로 굳었구나

 

 

아 -

천지(天地)여

광막함이여

온 천지(天地) 덮어 버린 숨 막힌 고요도 지나고

하늘 온통 날려버릴 듯

몇천년 슬픔으로 울부짖던 광풍도 잠들었다

 

 

폭포 앞에 서서

나는 폭포 소리를 잊어버렸다

홍류청담 폭포 앞에서

나,

몇백년 혼자였다

 

 

아 -

이토록 열심히 혼자인적 있었던가

폭포도 잊어버렸다

나를 때리는 온 세상에

속수무책이었다

 

 

찾아오는 바람도

그리움이거든 가거라

바람 소리도 다 죽여

저 산 만한 벙어리로 만들어버렸다

그토록 오랫동안 바윗덩어리 묵언인 채

가슴마다

시뻘건 낙조를 채웠다

 

 

귀 기울여 속수무책의 세상과 한을 들었다

두 눈 부릅떠

가슴 속속들이 아파서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하는

만년 세월의 고통을 보았다

 

 

가슴 치며

땅을 치며 통한의 피눈물로

몇 밤 이었던가

몇 날 이었던가

 

 

저 천지(天地) 개벽의 골짜기마다

능선마다

새벽안개에 잠겨

고요조차도 거짓인 이 땅에

 

 

죽음으로부터 생명이 태어나는 빛

인류의 역사를 관통하는 빛

겨레의 빛

만백성의 빛 들어와

구만리 하늘 가득히 아침 햇살로 퍼지는데

 

 

내 아들아 -

한 소리 큰 외침에 억겁의 때 깨쳤다

 

 

부끄러워라

부끄러워라

 

 

오직

영원히 행복하고자 했던

어리석음의 욕망으로

천지근본을 저버린 채

거룩하고 위대한 인간 위에

군림하고자 했던

신이 되고자 했던 인간의 역사

 

 

찰나의 행복을 꿈꾸던

어리석음이 빚어낸

인류 환란의 혈겁을 잠재울

시대적 소명을 안고

 

 

거룩하게 살다간

옥황상제도, 석가도, 예수도

수없이 명멸해간 영웅호걸들

선사, 고승들의 깨우침이 생활의 지혜였을 뿐

 

 

내가 누구인가

어디서 왔는가

이 세상에 온 이유는 무엇이며

목적은 어디에 있는가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또 어디로 가야한단 말인가

 

 

인간의 본질을 찾아가는

원초적인 근본에 이르지 못했음을 알았다

 

 

이 땅을 살다간 모든 영혼들이

삼천 구천 대천세계에 서성이며

아우성으로 울부짖고 통곡하고 있음을 보았다

 

 

우리가 찾아야할 신은

오직 천지신명 어느 대상이 아닌

천지대자연의 기운이며

 

 

우리는 천지우주의 질서를 이끌어 가야하는

천, 지, 인 삼기중

최고최상의 정혈로 존재하는 핵심원소요

 

 

천지우주와 인류의 역사를 새롭게 써야할 천손임을

인류를 바르게 이끌어 가야할 지도자 민족임을

이 땅에 억겁의 죽음을 떨치고 달려와야 했던 이유를

천지근본 이 땅에 진실과 천손의 사명을 알았다

 

 

여기가 어디인가

여기가 어디인가

모두의 가슴에 물어보자

몇천년 대대로 이어져 내려 온

만단의 역사 알지 못하고

너는 나를 모르고 나는 너를 모른 채

피투성이 되어 싸우는 땅이구나

쓰러지는 땅이구나

 

 

아 -

만년 세월 피의 날들이여

천지(天地) 어버이시여

이 몸 죽이소서

천손 죽이소서

천지(天地) 죄인 죽이소서

인류 죄인 죽이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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