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도(求道)의 여정(旅程)

4장 2절

 

 


한의 세월

진실에 굶주린 이 땅의 역사를

미치도록 푸른 저 바다에 쓰기 위하여 떠나간 길

어린 고아에게는 너무나 벅찬 세상이었다

 

 

서로 속이고 목을 조르고

칼을 들고 피 흘리는 세상

굶어 죽은 아이들의 원귀는

겨울바람으로 울 때

 

 

나는 이(齒) 시린 냉수로 허기진 배 채우며

이 세상 전부를 몸에 얹고서

기어서

걸어서

무서운 세상을 떠돌아야 했다

 

 

내가 살아가는 이 땅

땅이 아닌

한으로 가득 찬 영혼의 바다에서

몇천년 외봉쳐서 파묻어버린 세월을

일으켜 세우고

어린 고아의 몸을 흔들어 떠났다

 

 

아메리카의 안데스도, 로키도

알래스카의 맥킨리도

시베리아의 추코트도,

사얀도, 우랄산맥도

아프리카의 킬리만자로,

빅토리아도,

아라비아사막도

오대양 육대주 산맥과 산들

히말라야 넘어 숨 가쁘게 달려와

천지(天池) 팔십 리 푸른 물속에 몸을 담구었다

 

 

그리고 모두 하나 되어

아침 해 불끈 솟아오르는 힘으로

천지(天池) 거룩한 물 용솟음쳐 울렸다

 

 

열여섯 봉우리 바위도 울려놓고

포태산 넘어

유구한 세월 가슴 벌려 기다려 온

마천령 험한 준령 타고

태백성 재촉하여 백두대간을 떠났다

 

 

낭림 묘향 품어 안고

태백을 등에 업고

동해 푸른 물에 긴 한숨 토해놓고

흩어진 동서남북 기운 모아

소백을 타고 내려 멀리 팔공을 불렀다

 

 

장래 조선 삼천리

한 몸에 부여안고

천지(天地) 기운 부축 받아

우불신산 홍류청담에

몇 백 광년 쉬지 않고 달려 온

수 없는 별들로 죽어 간 내 과거와 함께

억겁 세월 긴 여정을 끝냈다

 

 

인류 겨레

억만년의 새로운 이 터에

산까치 애 터지게 울어대는 날

풍진 세상

먹구름 칼바람 온 몸에 맞아

넋 잃고 한숨조차 말라버려

죽음에 쫒긴 세상 소식 하나 찾아든다

 

 

낯선 침묵과 마주하기를 얼마였던가

산에서 내려가면 안된다고

늙은 무당이 떠나면서

뱉아버린 말이 귓전을 때린다

 

 

나무껍질 칡뿌리 캐서 먹고서라도

버텨내야한데이~

큰 할아버지 와 계신다

중늙은이 법사가 던져놓고

애기무당 공수 주고

모두 떠났다

 

 

그리고 적막강산일 뿐

캄캄한 산

몇 날 몇 일 아무도 오지 않는다

애 터지게 울어주던 산까치도

겨우살이 준비에 바빠야 할 다람쥐도 보이지 않는다

 

 

세상사 흥망성쇠의 그 무정함 속에서

위선 배반 허무의

관념에서 벗어나고자

죽기 위해 찾아든 몸

 

 

그 무엇 있어 두려움이랴

그 무엇 있어 미련이랴

 

 

하지만 나를 여기까지 오게 한

그 힘은 무엇일까

부귀도 명예도 던져 놓고

가슴 치며 땅을 치며 나를 여기까지

끌고 온 그것은 무엇인가

 

 

볼 수조차 없는 알 수조차 없는

그 무언의 존재

이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다만 어리둥절할 뿐

 

 

나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무엇 때문에

이 첩첩 산중에서 이토록 아파야하는가

 

 

무엇을 찾기 위해서인가

아니다

 

 

그러면 무엇을 얻기 위함인가

아니다

 

 

그렇다면 왜 여기에 와있어야 하는가

나는 왜 모두에게 외면당해야 했던가

그들은 왜 나를 외면했을까

그렇다면 내 잘못은 무엇이란 말인가

 

 

나를 찾기 위한 자신과의 싸움으로 지쳐갔다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의문과 의문 그리고 갈등

나를 찾아야 했다

홍류청담 흐르는 차가운 물속에 몸을 던졌다

 

 

■ 구도(求道)의 여정(旅程) 4장(3/8)에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