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도(求道)의 여정(旅程) 

3장 3절

 

 


천손이여

 

 

우리의 만년 눈빛 어디 갔느냐

우리 서로 부둥켜안고 온 세월 어디 갔느냐

 

 

이 땅을 보았는가

여기 고통으로 뒹구는 백성 보았는가

 

 

권력에 아부하여

칠성판 등에 댄 듯 기어가는 것인지

걸어가는 것인지 모르게 고상하게 살면서

어찌 곡비 되어 살아가는

인류 겨레 슬픔인들 알겠는가

초근목피 백성들의 고통인들 알겠는가

천한 백성 마디마디 슬픔인들 알겠는가

 

 

동명성왕 대무신왕

을파소야 창조리야

을지문덕 장수왕아

연개소문 대조영아

 

 

옥장한영의 새벽

밤새도록 잠 못 이루고 번뇌 있다면

먼동 찢어 새벽길 떠나며

노여운 신발 끈을 매어야 했다

 

 

온조 비류 근초고야

왕인아 아직기야

계백아 의자왕아

 

 

박혁거세 석탈해야

장보고야 최치원아

김유신아 김춘추야

 

 

견훤 궁예 왕건 광종

성종 최충 이자연아

서희 양규 최승로야

윤관 묘청 김부식아

신돈 최영 정중부야

공민왕아 정몽주야

 

 

우리는 어제의 저문 노을만을 노래했는가

살아 온 날들 그런 번뇌 있다면

 

 

새로운 세월의 풀무 속으로

떠나지 못했는가

 

 

이성계야 무학아

정도전아 이방원아

황희 이황 이이 세종

선조 정철 이순신아

 

 

효종 이완 송시열아

토정 북창 매월당아

임경업아 조광조야

사명아 서산아

정약용아 대원군아

 

 

너와 나

이 땅의 긴 역사 위에 한 점으로 바쳤건만

 

 

태어나는 이 땅의 자식마다 울음으로 통곡하고

죽어가는 조상들

여한 깊어 눈 못 감고 숨 끊겼어야 했던가

 

 

보라

우리들의 순결한 시작으로

이 세상 땅 끝에

눈 뜬 진리가 함께 있구나

 

 

거기 가거라

천지(天地) 근본의 진리를 일구기 위하여

삼천리 황토밭 굴러 오면서

천손의 넋을 팔지 않았던가

이제 거기 가거라

 

 

천계가 울었다

동 서 육백리에

흩어진 백골들의 한 맺힌 통곡을

백마고지의 슬픈 세월을

만년 세월 기다려 온

민족의 넋 위에 무명타래 펼쳐 놓고

천계가 우는구나

 

 

인류의 눈과 삼라만상 귀 뚫어

천시를 알리고

동해 바다 한 복판 누워 잠자고 있는

팔아버린 천손의 넋을

천부의 진리를 깨운다

 

 

천손이여

 

 

억조 억만 이슬로 하나 되어

천지(天池)물 한 동이 퍼마시고

숯 덩어리 되어 긴 세월의

강물에 떠내려 온 아픔 안고

장백산 태백산 줄기 한 걸음으로 달려가거라

 

 

무기염 없는 대지에

그 무엇도 살 수 없듯이

천지(天地) 근본이 실종되어버린 이 땅에

우리는 살아서도 죽음이다

 

 

천손의 본분과 도리의 부재 속에

상실과 궁핍으로

천지(天地) 잃은 고아의 슬픔으로 떨고 있는

인류에게

저 광활한 천지(天地) 대자연의 바다에서

천지(天地) 근본의 무기염을 담고 가야한다

 

 

도와 덕의 그 무기염을

만년 세월 거쳐 투명해진

몸 가득히 채워

내가 태어난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

 

 

온 우주 천지(天地) 대자연을 위하여

인류를 위하여 살아야 하는

천손의 이름으로

기진맥진으로 누워버린

진리가 소생할 수 있도록

인류의 무지와 어리석음을 일깨울 수 있도록

저 근원을 안고 고향으로 가야 한다

 

 

천지(天地) 잃은 그들에게

근본을 담고 가서 바쳐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천지(天地) 아래 이 땅에 온 목적이다

 

 

천지(天地)의 뜻으로 하나를 이루어

상생과 사랑으로 살아갈 때

천지(天地) 근본에 역행한

수천억겁의 원죄를 소멸하고

 

 

천지(天地) 대자연의 원불 되어

대우주의 세포 되어 돌아가는

만고불변의 진리임을 깨우쳐

 

 

천지(天地) 기운 충만한

이 천손의 거룩한 몸 안에

천지(天地) 근본 가득 담아

새로운 희망의 울음소리 영접하여

 

 

대천명 사명 안고

겨레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것이

천손의 본분이요 도리요

삼천리 황토밭

이 땅의 기쁨임을 몰랐더란 말이냐

 

 

삼라만상의 골수로 주린 배 채우고

인류의 붉은 피로 목 축여 걸어온

윤회의 길목마다

서늘한 통곡으로 서성대는

영혼들의 한은 어찌할 것이며

너무도 오랫동안 불행을 심어 온

이 땅의 비극에서 비롯되어진

천지(天地)와 인류의 고통은 어찌할 것인가

이 모두가 천손의 부덕함에서

비롯되었음을 알라

 

 

수천년 회한과 통곡을 등에 지고 온 세월

천지(天地) 대자연의

패륜에 대한 천형이구나

 

 

이제 천지(天地)와 인류 앞에

천지(天地) 근본 버려 버린 과오를 빌고

슬픈 아픔의 역사를 다시 세워야 한다

 

 

그것만이 천부의 부름 받은

천손의 대천명의 사명이요

온 인류의 꺼지지 않은 간절한 염원이다

 

 

삼천리

이 땅에 도착한 우리만이

대우주의 장래이며 미래다

오랜 근본의 법칙이 무너져

혼돈의 바다 속으로

한 발자국씩 다가가고 있는

인류의 내일을

천손의 거룩한 과거만으로

일으켜 세울 수 없다

 

 

우리가 본향에 돌아온 것은

오직 행하기 위하여 온 것이다

 

 

우리가 이 땅에 돌아온 것은

오직 마지막 사랑으로 생을

불태우기 위하여 온 것이다

 

 

천손이여

우리 이 땅에서의

마지막 먼 길의 여행을 주저하지 말자

 

 

그렇게 하기 위하여 더 강해져야한다

더 굳세져야한다

 

 

그 머나 먼 윤회의 세월 속에서

어떤 자비도 없이

후원도 없는 천애 고아로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작은 유령으로

떠돌아야 했던

그 긴 세월 보다 그 아픔 보다

더 길고 큰 아픔으로 견뎌야 하는 이 땅에서의

 

 

마지막 생을 불태우기 위하여

참된 행의 진리를 위하여

 

 

내가 선택해야 했던 이 땅에서의 죽음은

지난날의 처절한 체념과 패배로 받아들인

관념의 부스러기가 아닌

새로운 완성을 위한 용기의 끝에서 얻어진

거룩한 죽음이구나

 

 

■ 구도(求道)의 여정(旅程) 4장에 계속 됩니다.